정부가 2단계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이전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기간을 현행 7년에서 20년으로 늘려주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국토 균형발전에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만큼이나 형평성 논란 등 부정적인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지방이전기업에 새롭게 주어지는 혜택이 경제자유구역이나 외국인투자지역에 부여하고 있는 혜택(5~7년)보다 훨씬 더 클 뿐 아니라 수도권에 남는 기업에 대해선 역차별을 가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세평등주의'와 '비례의 원칙'을 어기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세제혜택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 노무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이어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휘둘렸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20년으로 정해졌나

1단계 균형발전은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핵심이다.

2단계는 수도권 소재 기업의 지방이전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생각이다.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참여정부는 기업의 지방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법인세 감면 혜택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기업(이전 또는 창업)에 대해선 법인세율을 아예 인하해 주거나,아니면 법인세 감면폭과 감면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2단계 균형발전정책 구상'을 지난 2월7일 내놓았다.

재경부는 그동안 이 같은 방안이 세수 감소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방이전기업 세제혜택을 30년,50년 줘라.5년,10년 가지고 무슨 혜택이냐"며 강력히 질타하자 재경부는 서둘러 균형위와 협의를 갖고 지방기업 대상 법인세율 인하는 하지 않는 대신 감면기간을 20년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년 중 100% 감면하는 기간과 추가 감면해 주는 기간 등에 대해선 전해지지 않았다.

◆역차별과 위헌 논란

정부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13%(과표 1억원 이하) 또는 25%(과표 1억원 초과)인 법인세율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경제자유구역과 외국인투자지역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과 외투지역은 감면기간이 5년과 7년에 불과하다.

지방이전기업은 이보다 혜택의 폭이 최대 4배나 큰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공동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정책목적은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차별 문제는 수도권에 남아있는 기업이 더 심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수도권에 소재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적지 않은데 법인세 차등이 20년이나 지속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차별 문제는 위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동일 소득에 대해 동일 세금을 내는 조세평등주의와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혜택을 줄 때 과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다른 규정들 및 태국 중국 포르투갈 등 법인세 특례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법인세 감면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20년간 못 고치나

익명을 요구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만약 법인세 감면기간을 20년으로 정해 놓는다면 이에 따라 실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생긴다"며 "정책 목표가 바뀌어 다음 정부가 감면기간을 줄이려 해도 정부 발표를 믿고 옮긴 기업들 때문에 단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위헌 논란은 감면기간을 확대하는 지금보다 더욱 크게 발생하게 돼 앞으로 4번의 정부가 바뀔 동안 고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만간 법인세 감면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2단계 국토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하고,조특법 개정안을 가을 정기국회에 올리게 된다.

세제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표만을 의식해 이를 처리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