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의 수학과 물리 화학 등 기초과목 실력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터다.

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기초학력 수준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교 1학년의 과학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의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난 정부 산하기관의 분석 자료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내년부터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 실력을 측정해 우열반을 편성,운영하기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대의 중요한 국가경쟁력 평가 기준으로 꼽히는 기초과학 수준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특히 정부가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기초과학분야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기초 학력이 크게 부진한 데는 기초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대입제도를 비롯 이공계 기피현상,실험실습장비 부족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교과서 문제다.

우리 교과서의 경우 과학법칙과 현상에 대한 개념과 원리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반면 수험에 대비한 과학반응식 등 지식과 정보전달에 치중하고 있어 학생들이 체계를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과학은 복잡하고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의 초·중등 교과서의 권당 개발단가가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품질이 뛰어난 책을 제작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과학지식과 차세대 과학기술들을 교과서에 일일이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학습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는' 교과서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과학기술부와 과학문화재단이 수억원을 들여 공동 제작한 고교 1학년용 '차세대 과학교과서'가 최근 교육부로 부터 과학용 도서로 검증을 받은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물질 지구 등 6개 영역에 걸쳐 580여쪽으로 구성된 이 교과서는 청소년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장사진과 화보를 듬뿍 담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교사와 학생 등 교육현장의 요구는 물론이고 시대적 흐름까지 반영한 새로운 맞춤형 과학교과서인 셈이다.

과학교육의 개혁없이 과학강국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환경부터 조성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제대로 된 교과서 조차 없이 학생들이 과학강국의 중추가 될 미래 주역으로 자라기를 기대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내년부터 보다 많은 고교생들이 이번에 선보인 '쉽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차세대 과학교과서로 실험 실습을 하고 이론 도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