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땅에서 가져간 토종 씨앗 34종 1600여점을 반환한다는 소식이다.

콩 돌콩 녹두 팥 코끼리마늘 산부추 등으로 원산지가 한국인데도 현재 우리에겐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토종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보다 많은 수확을 위해 인위적으로 개발된 신품종의 수명은 짧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변종은 수시로 진화하는 자연의 적을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곤충과 곰팡이 등 각종 병충해가 가공된 단일품종의 약점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따라서 인공작물의 유전적 저항력은 몇 년마다 새로운 유전자로 보강돼야 하는데 이런 유전자는 야생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야생씨앗의 가치를 앨 고어는 이렇게 기술했다.

'미국 농무성은 보리의 황색왜화 바이러스를 막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6500종의 품종을 뒤진 끝에 에티오피아 보리에서 겨우 발견했다.

덕분에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1억6000만달러의 보리를 무사히 수확할 수 있다.

터키의 야생밀 덕에 매년 5000만달러의 가치가 생긴다.'

고어의 주장이 아니라도 세계 각국의 식물자원 보존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3월 노르웨이 북부 스발바드섬에서는 핵전쟁과 기후 급변에 따른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대규모 '국제 종자저장고' 착공식이 이뤄졌다.

전 세계 종자은행 등에서 수집한 300만종의 식물종자를 보관하기 위한 시설이다.

우리의 경우 2002년 '국제 식물신품종 보호동맹(UPOV)'에 가입함으로써 2009년부터는 수입 종자에 대해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현 상태대로라면 일본에 지불해야 할 딸기 종자 사용료만 연간 7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자와 장미는 물론 토종으로 알고 먹는 육쪽마늘도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마당이다.

미국의 토종 씨앗 반환을 계기로 일본 등에 유출된 토종을 되찾는 건 물론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전국 곳곳의 토종 및 야생종 씨앗 채집과 보존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토종을 바탕으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개인육종가를 지원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테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