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네 살인 김모 어린이는 2005년 11월 대학병원에서 뇌의 두정엽과 후두엽에 걸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로 이를 제거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선 치료가 필요했으나 수술할 당시 생후 2년10개월에 불과해 방사선을 쬐면 뇌 기능이 손상될 수 있었다.

대신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아이는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자가골수이식을 받아야 했다.

지난 3월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의료진은 국립암센터에 새로 설치된 양성자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아이의 부모는 양성자 치료가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정상 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는 설명에 망설이지 않고 따랐다.

아이는 지금까지 총 23회의 양성자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460억원이 투입된 국립암센터의 양성자 치료기는 꿈의 방사선 치료기로 통한다.

양성자는 수소에서 전자를 분리해낸 원자핵으로 양성자빔이 암세포 조직을 통과하면 암세포 DNA를 손상시켜 세포분열을 막으므로 암조직이 사멸하게 된다.

기존 X선 방사선 치료기는 방사선이 지나가는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만 양성자 치료기는 양성자빔이 체내 일정 깊이에 있는 종양 부위에서 최대 에너지를 발산하고 바로 멈추도록 정교하게 조절하므로 종양 앞과 뒤에 위치한 정상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양성자 치료는 소아의 뇌종양,망막 모세포종 등과 성인의 맥락막 흑색종(눈 종양),척색종,육종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

메스로 암을 제거하기 어렵거나 항암제가 미치기 어려운 난치성 암들이다.

전립선암,조기 폐암·간암·유방암 등은 환자가 장기를 보전하고 싶어할 경우 양성자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치료 후 부작용은 식욕부진 피로감 등으로 심각한 경우는 1% 미만이다.

그러나 치료비는 1500만∼2000만원 수준으로 부담스럽다.

조관호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전립선암의 경우 기존 치료는 5년 생존율이 60∼75% 수준이나 양성자 치료는 75∼90%에 달한다"며 "기존 수술과 항암제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한 것을 감안하면 양성자 치료는 치료 효과 상승,부작용 최소화,삶의 질 유지 측면에서 두루 유익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