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내년 봄 본격적인 서초동 사옥시대 개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전자 계열사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서울 근무인력을 수원으로 내려보내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서초동 입주인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때문에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옥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서초동 사옥 일대 교통혼잡을 우려해 내년부터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어서 직원들의 출퇴근 문제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1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서초동 삼성타운 3개 건물(A,B,C동) 중 전자계열사들이 입주할 C동 입주계획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입주를 시작한 A동의 경우 역삼동 스타타워에 있던 삼성생명 강남사업본부 임직원 200여명과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중공업의 입주가 확정된 상태에서 나머지 공간은 임대 중이다.

B동도 올 연말께 공사를 마치고 내년 2월 경기도 분당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삼성물산 임직원 2000여명이 입주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문제는 서초동 사옥의 메인 건물인 42층짜리 C동.당초 C동에는 서울 태평로 본관에 있는 그룹 전략기획실과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코닝 등의 임직원 3000여명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실적악화로 일부 전자 계열사들이 서울 근무인력을 수원사업장으로 잇따라 내려보내면서 서초동 사옥에 입주할 인원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는 태평로 본관에 근무하던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임직원 600여명 전원을,삼성SDI는 홍보인력 6명을 제외한 서울 근무 직원 500명을 수원으로 내려보냈다.

삼성코닝도 최근 홍보·법무·재무팀 등의 약 12명을 제외한 40여명을 수원으로 내려보냈다.

현재 이전이 확정된 삼성전략기획실(100여명),삼성전자(1500여명),삼성전기(30여명) 등과 이전이 결정되지 않은 나머지 계열사(삼성SDI,삼성코닝정밀유리 등)의 서울 근무인원을 합하더라도 신사옥 입주 직원 수가 2000명도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강남 일대에 있는 마케팅 인력과 수원사업장 일부 조직이 C동에 입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출퇴근 문제도 삼성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초동 사옥은 교통이 혼잡한 강남역사거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서초동 사옥으로 옮겨가면 매일 아침 지각하는 직원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그동안 운행했던 출퇴근용 통근버스 120대를 내년부터 운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교통혼잡 때문에 운행하더라도 출근시간을 맞추기 힘들고 버스 승하차 장소를 물색하기도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승용차 출근이 허용되는 임원과 달리 일반 직원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봄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극심한 '출근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며 "1993년에 도입했던 7·4제(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와 같은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