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요,희망으로!'(삼성)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유한킴벌리) '함께 하는 마음,행복한 대한민국'(SK) '세상은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포스코)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KT&G)….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 등 관련 학자 11명이 쓴 '21세기 한국의 기업과 시민사회'(굿인포메이션). 저자들은 이 책에서 세계화 시대 기업의 역할,기업과 비정부기구(NGO)의 파트너십,삼성ㆍSK 등 기업활동 연구,지역ㆍ대학과의 연계 등 주제별 이슈와 역할모델을 실증적으로 다뤘다.

기업의 '더불어살기' 캠페인은 SK텔레콤과 온세통신의 '미아찾기',한화그룹의 '공부방 지원',KT&G의 '클린섬머 파란바다 만들기' 등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KT는 'IT문맹을 없애자' 서포터즈의 전국 교육을 실시하고,농협은 농촌 독거노인의 손발 역할을 톡톡히 하며,포스코는 하루 평균 536명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무주택 서민에게 집까지 지어주고 효성은 직원들의 모금액 만큼 회사가 기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저자들은 20년 전만 해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부르짖으며 성장에 급급했지만,이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그 방식도 소극적 '기부'에서 적극적 '상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자율적 균형을 지향하는 '시장형 거버넌스'와 국가주도의 '위계형 거버넌스'를 넘어 기업의 이익과 시민사회의 공익을 함께 보장하는 제3의 '혼합형 거버넌스 구조'에 주목한다. 이와 관련,사원들의 자원봉사활동도 새롭게 조명하고 SK의 '행복나눔' 같은 경우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연계된 '둥지결사체'의 성격으로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성남시,천안ㆍ아산 지역,대학과 연계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과제도 짚었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학자들은 기업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평판지수'가 높아지는 효과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장,시민사회의 공적 기능이 재구성되는 거대한 구조변동 과정에서 기업의 시민성까지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책은 시민사회와 더불어 상생하며 '존경받는 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업의 공헌활동을 사회학적으로 평가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344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