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상승하는 증시가 '코스피지수 200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증시 여건이라면 멀지 않은 시기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면에서 경기가 회복 국면에 놓여 있는 것이 주가 흐름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기관별로 올 1분기냐,2분기냐를 놓고 저점 논쟁이 있으나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기와 우리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대부분 예측 기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시 측면에서 기업 실적도 차별화 현상은 더 심해진다 하더라도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정보기술과 서비스 업종이 주도하는 세계산업 구조에서는 시장 질서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일수록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이 정책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각종 대안화폐의 등장으로 퇴장 통화가 감소하고 있고 레버리지 투자가 보편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주변 자금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저개발 국가의 자산(stock)이 빠르게 유동화(flow)되고 있어 정책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는 한 증시에 유입될 유동성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갈수록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험자산에 대한 쏠림현상(flight to quality)이 심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식투자를 위한 사모펀드가 기승을 부리고 레버리지 비율이 더 올라가고 있다.

한마디로 낙관론이 또 다른 낙관론을 낳고 있는 것이 요즘 증시의 분위기다.

이때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낙관론이다.

일찍이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주가 예측에 있어서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prosperity)' 뒤에 반드시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가 찾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을 낳는다.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주가의 급격한 상승은 강한 감성적인 흥분을 유발하고,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전이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고개를 숙이면 가라앉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특히 요즘처럼 펀드들이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우려한 '급격한 수축 국면(dramatic contraction)'을 맞을 수 있다.

주가 하락으로 펀드들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margin call)'을 당한다.

마진 콜이란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다.

만약 투자원금을 보전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펀드 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펀드들이 마진 콜에 반드시 응하고 이 과정에서 디레버리지(de-leverage)로 연결된다.

디레버리지란 펀드들이 자신들의 고객으로부터 마진 콜이 있을 경우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우리와 같은 신흥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펀드들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선진국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가도 신흥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진입할 것인가 여부는 증시 여건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악의 경우 투자 게임에서 자기만 살겠다고 '죄인의 딜레마(prisoner's dillemma)'에 빠지면 주가가 급락해 궁극적으로 투자자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