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들이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중소 레미콘 업체에 시멘트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시멘트와 성신양회 등 두 시멘트 회사는 지난 14일부터 국민레미콘 건설레미콘 등 경인지역 소재 중소 레미콘 4개사에 벌크 시멘트(포장하지 않은 시멘트)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멘트 재고물량이 동난 국민레미콘이 15일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양 업계는 현재 물밑 접촉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레미콘 공급 차질로 인한 건설 현장의 공사중단 사태를 초래할까 우려하고 있다.
◆"밀리면 죽는다" 이 악문 두 업계
업계에 따르면 현대 성신 동양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이달 초 시멘트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경인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들에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 레미콘 업체들이 이를 거부하자 일부 레미콘 업체를 대상으로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올 1분기에만 140억여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가격인상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유연탄과 석회석 등 시멘트 원료가격이 최고 70%까지 폭등하면서 원가가 10% 이상 올라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게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t당 평균 4만7000원대인 시멘트 가격을 5만5000원으로 8000원가량 인상해 줄 것을 레미콘 업체에 계속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서울 경인 지역 레미콘 80개 업체 대표들은 지난 15일 서울 캐피탈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t당 6000원 이상 인상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정했다.
서울 경인 지역에서 시멘트 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전국적으로 시멘트 가격을 인상시키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원료인 모래 가격이 3월부터 ㎥당 1500원가량 오른데다 경유값,운송비 상승 등 원가인상 요인이 겹쳐 레미콘 업계도 벼랑끝에 몰려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태 확산시 건설현장 차질 우려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서 경기도 용인 소재 국민레미콘은 현재 레미콘 생산을 전격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는 14일부터 현대시멘트가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면서 재고물량이 소진된 15일 오후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 회사 배조웅 사장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회사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털어놨다.
동탄신도시와 향남택지지구 등에 레미콘을 납품해온 남성레미콘 관계자도 "현대와 동양,성신 등 거래 회사 모두가 시멘트 공급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역시 이틀치 재고분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다른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 공급 중단 통보가 올지 전전 긍긍하고 있다. 미화레미콘 관계자는 "수도권 전체에 115개의 레미콘 회사가 있는 만큼 당분간 건설 현장의 레미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충돌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 차질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계주/이관우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