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리 <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janice.lee@hanaro.com >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남학생들을 압도하는 알파걸부터 고소득 미혼 여성을 뜻하는 골드미스,아가씨 같은 주부인 미시족,최근엔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도전적인 중년 여성을 뜻하는 줌마렐라까지 다양하다.

알파걸은 고시는 물론 대학 수석 졸업,입학자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남자아이를 둔 학부모는 알파걸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남학교를 선호할 정도라고 한다. 골드미스,미시족,줌마렐라는 사회 참여는 물론 주요한 소비계층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ABC방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가계 지출의 80%를 여성이 주관하고 있으며,새로 차를 바꿀 경우에도 80%가 여성이 결정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우먼 파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리더 중에서 여성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1970년,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현상을 '유리 천장(glass ceiling)'에 빗댔다. 사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 초 미국 하원 의장에 취임한 낸시 펠로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으로 꼽힌다. 하원 의장은 미국 대통령 승계서열 3위로 대통령,부통령 다음 자리다. 펠로시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딸들과 손녀딸들을 위해 오늘 우리는 대리석 천장을 부쉈다"고 외쳤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여성이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치열한 경쟁과 함께 유리 천장을 부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리 천장을 부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유리 천장이든 대리석 천장이든 여성들만의 힘으로는 없앨 수 없다. 유리 천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유리 천장 바깥에 있는 리더들이 여성 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필자가 근무한 회사의 경영자들은 모두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그들은 조직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 인재를 통해 여성 특유의 감성과 친화력,투명성 등의 다양한 가치를 조직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조직의 다양성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이는 혁신적 기업으로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새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알 안에서 껍질을 쪼는 새끼의 노력도 필요하지만,동시에 알 바깥에서 새끼가 쪼는 곳을 쪼아주는 어미새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성의 활동을 제약하는 유리 천장 없애기도 알 밖에 있는 리더들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