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亨鎭 <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 >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국경의 개념보다는 각국 내 지역경제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어느 국가의 상품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국가 내 어느 지역의 상품이 주목을 받는 시대가 정착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은 미국 및 유럽에서 한·중·일의 동북아지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어 한·EU FTA의 활발한 추진에서 보듯이 주요 글로벌 경제권과 장벽 없는 교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국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무안,목포,신안지역 등을 잇는 서남권 개발이다.

그동안 서남권은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지역이었다.

산업기반 또한 농어업과 단순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약해 투자가 위축되고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지역이었다.

서남권 개발은 흔히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경제적 기여 측면에서도 그 이상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세계 경제중심이 동아시아로 급속히 이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새로운 성장동력의 원천(源泉)이 될 소지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해온 1단계 균형발전정책은 비(非)수도권의 자생적 발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추진에 역점이 두어졌다.

그 성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겠으나 수도권 인구유입추세 둔화,비수도권의 총생산이나 수출비중 증가 등의 일부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얼마 전 비수도권의 상대적 격차 해소까지를 고려하는 2단계 균형발전 정책 구상이 발표된 바 있다.

서남권 개발은 이러한 2단계 균형발전 정책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그러나 그보다는 시대적 변화에 효율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필요성 측면과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의 측면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한다.

우선 서남권은 적절한 물류(物流) 등의 인프라 구축이 전제된다면 동북아 중심의 대외경제환경 변화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발전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성공 가능성이 열려 있다.

최근 목포 대불지역에 조선(造船)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클러스터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고 관련 경제활동이 급증하고 있음은 적절한 동인(動因)이 주어지면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 높음을 반증한다.

향후에 적절한 투자가 뒷받침되면 발전가능성이 높은 분야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신재생(新再生) 에너지 분야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서남권 지역은 풍력·조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원이 풍부하게 부존돼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관광산업이다.

어느 경제든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제구조를 갖게 된다.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관광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서남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예상되는 동아시아지역의 관광수요 급증을 충족시키는 데에도 서남권 지역이 비교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관광자원이 부존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개발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고품질의 관광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서남권 지역의 농수산물 및 가공제품과 관광상품을 패키지로 개발하면 그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세계화·지방화의 시대에 서남권 개발이 성공하려면 특정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지역으로의 발전이 추구돼야 한다.

민간경제활동을 촉발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치밀하고 정밀한 계획 수립과 추진이 절실함을 의미한다.

정부도 이러한 서남권 개발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년 11월 낙후지역 투자촉진정책보고회의를 통해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을 발표하고 정부정책으로 확정한 바 있다.

서남권 개발의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또한 매우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