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스트레스땐 노화지연 등 효과

가혹한 운동 등 지나친 자극은 금물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와 열을 받으면 늘어나는 단백질이 있다.

아직은 일반에 이름조차 생소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 HSP)이 바로 그것.이 단백질은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케하고 세포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암 발생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이 분야에 많은 연구가 집중되면서 이를 응용한 항암제도 개발되고 있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교수(분자생물학)의 도움말로 열충격단백질이 건강에 미치는 의미를 알아본다.

◆열충격단백질이란=1960년대 초 대장균을 42도 정도에서 키우면서 다수의 단백질이 변화하는 것이 관찰됐다.

당시엔 이 단백질의 의미와 기능을 몰라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초부터 고등생물 세포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되자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 단백질은 말 그대로 체온인 37.5도보다 높은 온도로 열을 올린 상태에서 세포를 키울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열 이외의 다양한 자극에 의해서도 증가하고 자극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 완충,세포 보호 역할=열충격단백질은 다양한 스트레스가 세포에 자극을 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 단백질이 많아질수록 세포가 잘 죽지 않는다.

예컨대 열충격단백질인 'HSP 33'은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단백질을 수선할 수 있다.

또 단백질분해효소로부터 단백질을 보호한다.

단백질이 변성되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변성된 단백질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기능도 있다.

이에 따라 열충격단백질이 많을수록 세포의 노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암 유발할 가능성도=암은 주변 조직보다 빨리 자라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다.

열충격단백질은 암세포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이에 따라 열충격단백질인 'HSP 90'을 억제하는 물질이 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열충격단백질을 억제하면 암세포 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가 잘 죽게 되므로 의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염색체 끝부분의 텔로미어(Telomere)가 점점 짧아져 노화가 일어나고 이를 막아주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노화를 지연시키지만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발현하면 암이 유발된다는 연구결과와 열충격단백질의 연구결과는 서로 통하는 측면이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해쳐=인체가 감당할 만한 저준위 방사능이 상존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방사능이 없는 지역 주민보다 더 건강하게 산다는 놀라운 역학조사 보고가 있었다.

처음에는 잘못된 연구 결과로 간주됐으나 계속된 연구결과 저준위 방사능 지역 주민은 열충격단백질 발현이 증가돼 있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건강을 위해 열충격단백질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단백질은 점점 가중되는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도록 돕지만 스트레스가 한도를 넘어서면 세포나 생체는 자살하는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중등도의 운동,미온의 온천욕,약간 자극적인 음식 등은 몸에 이롭지만 가혹한 운동,고온의 사우나나 열탕욕,자극이 심한 음식 등은 몸에 해롭다.

예컨대 지나친 운동은 유해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과도한 젖산을 만들어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하며 근육 뼈 연골 등을 퇴행적으로 변화시킨다.

결국 스트레스 없는 환경보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인 약간의 스트레스가 오히려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게 열충격단백질 연구에서 얻는 결론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적당하냐는 것.일반화하기 어렵지만 모든 일을 좋은 기분이 드는 상태에서 마칠 수 있으면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