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건설업이 60주년을 맞는 해다.

1947년 건설업법이 제정돼 '건설업'이란 용어를 정식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기점이다.

건설산업은 두 세대에 걸쳐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으며 한국 대표산업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축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60주년을 기념해 이번 주를 '건설 주간'으로 지정하고,20일에는 유공자 163명에게 정부 포상과 표창을 수여하는 등 많은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건설업체들 가운데 '환갑'을 기쁘게 맞을 업체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우량업체로 꼽히던 한 중견 주택업체의 흑자도산이 말해주듯 작금의 건설업계 상황이 극히 우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건설이나 국내 토목사업을 겸하지 않고 주택사업만 하는 업체들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업체의 CEO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절박한 지방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해서 일부 지방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집값 잡기를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현 정부가 건설업계가 허리를 펼 정도의 회생대책을 내놓을리는 만무하다는 반응이다.

업계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지방 주택시장의 이상 징후를 경고했었지만 정부는 "집값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로 외면해왔다.

더욱이 얼마 전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성공했다고 본다"는 대통령의 코멘트가 나온 이후부터는 정책 당국의 경직성이 배가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일각에선 피해의식마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건설업계를 '주택분양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공급주체'로 존중하기보다는 '집값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 같다"는 업계의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건설업계는 6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어떤 내용의 축하메시지를 보내올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제 정부와 업계는 새로운 60년을 내다보고 관계 정립을 새롭게 할 시점이라고 본다.

특히 정부는 건설시장을 '규제 아니면 부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책인식으로 바라보는 자세를 버려야 할 때가 됐다.

주택 공급과 투기대책의 세부 사항까지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개발연대의 행정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설업계도 경륜에 걸맞은 '업 그레이드'가 절실하다. 그동안 업계는 정부규제에 불평하면서도 정부가 공공사업을 확대해서라도 시장을 인위적으로 떠받쳐줄 것을 요구해왔고 은근히 안주해온 측면이 크다. 정부 의존적인 이 같은 타성은 과당경쟁으로 이어졌고,조금만 경기가 휘청해도 줄도산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그 결과 건설산업은 60년의 연륜과 시장 규모에 비해 고객(국민)의 신뢰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려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시간에도 뜨거운 중동의 사막에서 묵묵히 전선과 전주를 설치하고 있는 우리 건설역군들의 충정과 굵은 땀방울의 의미가 새삼 무겁게 다가오는 때다.

문희수 건설부동산부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