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뇨증 지속되면 발달장애 우려

주부 정모씨(36)는 밤마다 이불을 적시는 일곱살짜리 아들 승훈이 때문에 고민이다.

저녁 때는 가능하면 물이나 음료수를 적게 마시도록 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는 것도 싫어해 더욱 걱정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런 야뇨증을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승훈이처럼 5세 이상 어린이가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일이 잦다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야뇨증을 방치하면 정신적 문제가 생기고 사회성과 심리발달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욱 대한소아과학회 전문위원(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야뇨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신경생리학적 미성숙이 원인

야뇨증은 방광 조절 능력이 완성되는 5세 이후에 비뇨기계에 뚜렷한 이상이 없는데도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이다.

과거에는 5세 이하 어린이의 15%가 야뇨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최근에는 5~7%로 크게 줄었다.

그만큼 요즘 소아들의 성숙도가 높은 셈.10살 안팎의 어린이는 2~3%가 야뇨증을 갖고 있다.

야뇨증은 처음부터 오줌을 가리지 못한 1차성 야뇨증과 소변을 잘 가리기 시작한 어린이가 6∼12개월 지나 다시 야간에 소변을 흘리는 2차성 야뇨증으로 나뉜다.

1차성 야뇨증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신경생리학적 미성숙으로 소변을 절제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은 경우,부적절한 소변훈련,수면장애,요로감염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2차성 야뇨증은 부모의 이혼,유치원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병원 입원,성적 학대 등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부모의 격려가 치료의 근본

야뇨증이 오래 지속되면 어린이는 만성적인 불안감,수치심,죄책감,열등감 등으로 고통받아 육체적 심리적 발달이 늦어질수 있다.

나중에는 대인관계 기피 현상까지 보이게 된다.

과거에는 많은 부모들이 야뇨증은 저절로 낫는 병으로 생각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

또 오줌 싼 어린이에게 키를 씌워 소금을 꿔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쓰면 아이가 불안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집중력을 잃으며 집단생활을 꺼리게 만들므로 교우관계 형성과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다.

부모는 늘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격려해 스스로 오줌을 가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우울제, 항이뇨제로 치료

야뇨증은 질병이 아니라 증상이므로 원인이 다양하다.

세심한 병력·신체·소변검사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행동요법으로는 야뇨경보기 사용이 가장 많이 실시된다.

수면 중 소변을 보면 경보음이 울려 아이를 깨우는 방법이다.

치료율이 50%로 높은 편이고 재발률도 낮으나 2개월 이상 지속 사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이 밖에 방광용적을 증가시키기 위해 낮 동안 소변을 오래 참게 하거나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찍 깨워서 소변을 보게 하는 방법이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항이뇨호르몬제인 데스모프레신 등을 자기 전에 사용한다.

이미프라민은 수면의 깊이를 얕게 하고 방광 용적을 늘려주며 신장에 분포한 교감신경을 자극해 더 많은 소변을 머금을 수 있게 한다.

데스모프레신은 이뇨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수면 중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적은 야뇨증 어린이에게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잠들기 1시간 전에 비강 흡입 또는 경구 복용 한다.

항콜린제는 항이뇨호르몬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함께 쓴다.

방광 용적을 늘리고 낮에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효과적이다.

이들 약은 야뇨경보기와 함께 쓰면 효과가 더 높으며 대부분 3~6개월 정도 장기 복용해야 한다.

식욕부진 홍조 복통 수분중독(체내 수분과다로 오심 구토 두통 등이 유발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소아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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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야뇨증을 보일때 부모의 자세

1.야단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삼가다.

2.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항상 격려해준다.

3.팬티나 요를 준비해놓고 아이가 소변을 본 경우 스스로 갈아입거나 바꾸도록 배려한다.

4.강박감,초조한 감정 등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다.

5.이혼이나 가정파탄으로 아이를 격리시키지 않는다.

6.치료에 진전을 보이면 선물을 주거나 칭찬해준다.

7.소변 안본 날엔 아이가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다.

8.남 앞에서 ‘오줌싸개라서 걱정’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9.아이가 불편해하는 문제가 없는지 대화하고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