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1933년,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은 실의에 빠져있던 미국민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뿐이다.

두려움은 발전을 가로막는 공포일 따름이다." 루스벨트는 종종 라디오 방송에 나와 노변(爐邊) 정담을 하듯 국민들과 시대의 고통을 함께 나눈 대통령이기도 하다.

박력있고 호감어린 모습으로 등장한 존 F 케네디의 취임연설은,무기력한 분위기를 일신시키면서 신세대의 자발적인 행동을 촉구한 연설로 유명하다.

"여러분의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자문해 보라."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설로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제 2기 취임사가 꼽힌다.

남북전쟁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미국을 통합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든 악의를 버리고 모두에게 사랑을 그리고 정의를 향한 굳건함을… 미국이 입은 상처에 붕대를 매는 마음으로 우리가 처한 시련을 끝내도록 노력하자." 또 하나의 명연설로 회자되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불과 266개의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이지만 아직도 미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연설은 이처럼 국민들을 감동시키고,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가 하면,때로는 역사를 바꾸기까지 한다.

미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가 최신호에서 소개한 '미국 대통령의 7대 명연설'중에는,이밖에도 동서냉전의 종식을 촉구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브란덴부르크 연설,워터게이트 사건을 마무리하며 행한 제럴드 포드의 연설,9·11테러 사흘 만에 대테러전을 선포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도 포함돼 있다.

이들 명연설은 하나같이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면서 더 나은 사회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절제된 표현과 정확한 단어구사로 호소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우리 지도자들의 품위있는 연설을 우리는 언제쯤 들어볼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