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추가 협상을 요구해온 것은 양국 간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데 따른 여파다.

AFL-CIO(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 등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미 민주당은 중간선거로 상·하원을 모두 손에 넣자 노동 환경 등을 중시하는 자신의 통상정책을 미 정부의 통상정책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나섰다.

미 민주당은 강제노역 아동노동 등 불법노동과 환경파괴로 생산된 제품이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에 수입돼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기본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은 지난 3월27일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을 발표한 뒤 이를 공화당 행정부가 수용하도록 협의해왔다.

민주당은 특히 FTA 서명이 끝난 페루 콜롬비아 등과 타결된 한국 파나마 등에도 이 같은 새 무역정책에 따른 조항을 집어넣을 것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공화당 행정부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특유의 정치구조 때문이다.

미 헌법에 의해 미국의 통상권한은 의회가 가지고 있다.

의회는 이따금 이 권한을 무역촉진권(TPA) 등의 형태로 행정부에 위임해 정부가 다른 나라와 통상협상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현재 부시 행정부가 가진 TPA는 2002년 의회 결의로 부여된 것으로 이달 말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신통상정책을 받아주지 않으면 TPA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며 행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지난달 10일 민주당과 신통상정책 수용에 합의했다.

이후 민주당과 행정부는 신통상정책에 따라 한국에 요구할 추가 협상 문안을 협의해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이 자동차 분야 재협상과 개성공단 조항을 삭제할 것까지 요구해 협의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