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10년‥] (上) 간섭은 없고 시장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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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1일 밤 0시.4000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영국 총독부 건물을 접수했다. 그리고 10년.홍콩의 중심지 센트럴 지역은 활기가 넘쳤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400개가 넘는 은행과 321개 증권사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런던 증시를 넘어 세계 1위 시장이 되는 게 목표"(앤서니 에스피니 홍콩증권업협회장)라고 할 만큼 자신감도 차 있었다.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그득한 홍콩항은 세계 3위의 물동량을 자랑한다.
최근 3년간 연평균 7.6% 성장했다는 것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활동 국가라는 점.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선정하는 경제자유지수 1위 타이틀을 무려 13년째 독식 중이다.
중국에 주권이 반환되면서 운명을 다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홍콩 경제.그러나 지난 10년은 이처럼 퇴보가 아닌 진보의 기간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홍콩 경제가 자유를 구가하며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홍콩 경제정책의 철저한 독립성"(제임스 폴더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을 꼽을 수 있다.
홍콩은 중국과 맺은 기본 조약에 따라 재정 무역 세금 등 모든 경제 정책을 스스로 결정해 집행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밤 놔라 대추 놔라 간섭하지 않는다.
홍콩과 중국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두 개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기업을 설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에스피니 증권업협회장)일 정도로 홍콩의 법과 행정 시스템도 효율적이다.
지난 10년간 홍콩 경제 정책의 큰 줄기는 '적극적 방임'이다.
"시장의 기능을 철저히 존중하는 경제 운용"(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 총경리)이 핵심이다.
정부는 상속세와 소득세 면제,수출 절차 간소화 등 경영 환경을 좋게 만드는 데 골몰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경제 구조는 외국 기업의 홍콩 진출을 가속시키고 있다.
1998년 1144억홍콩달러였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작년 3346억홍콩달러로 증가했다.
홍콩증권거래소 내부의 벽면에 쓰여 있는 '작년 기업공개 총액은 429억달러'라는 숫자는 뉴욕 증시(369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정인호 포스코차이나 홍콩사무소장은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가진 홍콩이 중국과 특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3년 홍콩과 경제협력강화협정(CEPA)을 맺고 홍콩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중국도 홍콩을 통해 발전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절실했던 외국 자본의 유입 창구로 홍콩을 십분 활용했다.
중국의 가장 큰 산업클러스터(집적지) 중 하나인 광둥성 주강델타 지역엔 6만개의 홍콩 기업이 진출했다.
선전은 주말이면 배와 기차를 타고 들어오는 홍콩의 골퍼들로 넘쳐난다.
홍콩은 중국의 자본주의 교사로서,중국은 홍콩의 발전 에너지로서 서로를 견인하며 시너지(연쇄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홍콩=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