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 일부 사립대들의 내신 1~4등급 만점처리 움직임에 대한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연이은 서울대와 교육부의 내신 공방, 눈치를 보며 그 결과를 지켜보는 다른 대학들, 그리고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수험생들의 혼란. 이런 기막힌 현실을 타파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교육부의 입시정책은 정말 종잡을 수 없다. 지난 4월 서울대가 이미 '내신 1~2 등급 만점처리' 방안을 내놓았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는 교육부가 지금 와서 제재 운운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석차백분율을 활용해 내신 상위 10%에게 만점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그것은 문제가 없고 1등급(4%)과 2등급(7%)을 묶어 11%를 만점처리하겠다는 지금의 방안은 내신을 무력화하는 행위로 정부가 몰아붙이고 있으니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이 정도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 사립대들이 내신 1~4등급 만점처리 방침을 들고 나왔을 때도 우리가 분명히 지적한 바 있지만 지금의 교육부와 대학 간 입시갈등은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 간 학력차를 무시하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내신의 구조적 모순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근원에는 이른바 3불(三不)정책이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신반영과 관련하여 지시를 내리고 교육부가 대학 제재를 거론(擧論)하며 부산을 떠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대학정책이 아니다. 대학들의 세부적인 전형방법에까지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요량이면 아예 학생들을 정부가 직접 뽑을 일이지 굳이 대학더러 뽑으라고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욱 치졸한 것은 정부 방침을 어기는 대학에 대해서는 전 부처에 걸쳐 예산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점이다. 입시제도가 대학정책의 전부가 아님에도 이것 때문에 대학의 연구개발 등 경쟁력 제고와 관련한 모든 사업들의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충분치도 않은 대학투자를 무기로 대학의 자율성을 옥죄면서 어떻게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육성, 국립대학 법인화 등을 말하는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입시제도는 대학에 돌려주고 정부는 대학 경쟁력 제고라는 본질적인 부분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