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우리나라 은행권의 빅뱅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은행 몇 개 통폐합되는 게 빅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신한은행 주최로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금융산업 지각 변동과 은행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글로벌 뱅크들이 들어와야 금융권의 진정한 빅뱅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 전 한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리딩 뱅크는 4~5개가 적당하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오히려 은행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 것 같다"며 "당시 리딩 뱅크가 2~3개여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 전 부총리는 "앞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계속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이라며 "이들에 맞서 국내 은행들은 인재 양성을 통해 산업 전사에서 창조적 플레이어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2005년 3월 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오던 이 전 부총리가 신한은행의 끈질긴 강연 요청에 응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을 비롯 신한은행 부행장들과 경인지역 지점장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