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pinion] 공혜진칼럼 -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51번째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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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진 도서출판 서돌 대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러시아의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발레 모음곡 중 제 1곡인 칼춤(sabre dance)은 매우 화려하면서 격렬한 음악이다. 특히 종반부로 갈수록 파도를 타듯 절정을 이루는 리듬과 만나면 마치 내가 수많은 칼날들이 번쩍이는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긴장감과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허공을 긋는 날들, 살을 에는 서늘한 검기(劍氣), 검 끝에서 뿜어지는 찬란한 광채……. 이리 저리 빛을 발하며 춤추듯 움직이는 칼끝에는 그러나, 피가 묻는다. 빠르고 날쌘 기술을 가진 주인의 손에 들린 칼은 겁 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찌른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목적이 있는 칼은 망나니의 것이다. 전쟁에서는 얼마나 많이 죽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승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칼을 뽑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승리는 없을 것이다.
한 번의 칼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담력과 흔들림 없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검도가 예절(禮節)과 수도(修道)하는 마음가짐,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로서 무도(武道)의 성격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칼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정신수양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군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꾸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바로 퇴출당하는 무시무시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늘의 승자도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각축의 격전장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회사에게 직원들은 병사들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란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신이 CEO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다. 어렵게 일궈놓은 소중한 회사를 앙심을 품은 한 두 명의 직원이 무너뜨릴 수도 있는 불안한 기업환경에서, 회사는 자사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회사는 누구를 신임할지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하며, 일단 우리 편이라는 판단이 선 직원에게만 조심스럽게 칼을 쥐어준다. 칼을 쥐지 못한 병사가 조직의 부당함에 대해 불평하고 불만을 제기하며 조직을 바꾸려들면 칼의 손잡이가 아닌 칼날을 쥐게 된다.
저자는 “플레이에 능한 사람만이 최고 임원 자리에 오른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당신은 그 악순환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룰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당신은 더 강한 영향력으로 회사뿐만 아니라 이 시대 전체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을 젖소의 사회학에 비유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이제까지 수많은 경영학 관련 저서들은 결국 조직을 바꿀 결정권을 가진 “CEO를 위한 제언”이라고 지적하며, 이 책은 직장인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생존할 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평범한 직장인을 위한 경영서”라고 말한다.
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 사람으로서, 모든 직장인들이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전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손에 현검(賢劍)을 든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야무진 바람을 가져본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화여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랭텍번역전문회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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