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난도의 코스에서 열린 제107회 US오픈챔피언십 우승컵은 나흘 동안 실수를 가장 적게 한 선수에게 돌아갔다.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 에서 캐디를 하며 골프에 입문한 앙헬 카브레라(38)다.

그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CC(파70)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5오버파 285타를 기록,타이거 우즈와 짐 퓨릭(이상 미국)을 1타차로 제치고 미국PGA투어 첫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

남미 선수가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196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정상에 선 로베르토 데빈센조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카브레라는 주활동무대인 유럽PGA투어에서 3승을 포함,통산 총 15승을 거뒀지만 간간이 출전한 미PGA투어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만큼 낯선 선수다.

그러나 이 대회 2라운드에서 막판 선전으로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을 1타차로 커트탈락시킨 데 이어 최종일에는 세계랭킹 1,3위 선수마저 따돌리며 단숨에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했다.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였지만 3라운드에서는 선두와 4타차의 공동 7위로 떨어진 카브레라를 최종일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선두권 선수들이 무너지는 사이 전반에 1타를 줄이며 선두로 나섰고,후반에는 '선두 중압감' 속에서도 이븐파로 선전하며 내로라하는 선수들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카브레라는 특히 '지옥의 코스'에서 72홀 동안 버디 13개와 보기 18개의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나흘 동안 더블보기가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았고 위기의 순간에 집중력이 뛰어났다는 증거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우승을 맞이한 카브레라는 "우즈와 퓨릭이 버디를 하지 않기만 바랐다"며 "내일 잠에서 깨어나 우승트로피가 옆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야 우승을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3라운드 선두 애런 배들레이(호주)는 우즈와 함께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면서 10오버파 80타를 기록,공동 13위에 그쳤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은 최종일 '데일리 베스트'인 3언더파(버디5 보기2) 67타를 치며 프로전향 후 메이저대회 최고성적(공동 20위)을 냈다.

한편 US오픈은 3년연속 언더파 스코어 챔피언이 나오지 않은 대회로 기록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