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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기업 절반은 '자나 깨나 연구개발'

R&D통한 고품질 추구는 '제조업의 생명선'

지난 20년간 자동차 핵심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시장점유율 상위에 랭크돼 있는 중소기업 K사.이 회사는 꾸준한 매출 신장을 달성하면서 외형상으론 남부러울 것 없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K사 역시 완성차 업체의 가격인하 압박 속에서 활로를 찾는 일에서는 예외일 수 없었다.

K사 대표는 한 때 당장의 원가경쟁력 회복이 가능한 조직,인력에 대한 조정 유혹에 빠져들었다.

지속 성장기반 구축보다는 단기간 안에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구조조정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한 것이다.

그는 장고(長考) 끝에 향후 다가올 중국,인도와의 경쟁상황을 고려할 때 저임금은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기계화와 자동화,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품질개선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의 이 같은 용단은 생산원가 절감으로 이어졌고 현재 저 원가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됐다.

'핵심기술과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살 길'이라는 경영의 예외 없는 성공법칙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잘 나가는' 제조기업 350개를 분석한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를 내놨다.

'성장 제조기업의 경영특징'이란 이 보고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어난 350개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성공비결'이 주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고성장의 비결로 핵심 기술 보유(38.3%)와 시장지배력(3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성장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부문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었다.

'지난 3년간 중점적으로 투자한 부문이 어디냐'는 질문에 이들은 R&D 투자(43.4%)를 가장 많이 꼽았고,시설 투자(36.0%)와 판매조직망 확충(18.0%)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3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기업의 절반가량(49.6%)이 R&D에 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기업은 고품질(45.4%)과 제품 차별화(42.6%)에 다른 경쟁 기업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나가는 기업의 절반은 '자나 깨나' 연구개발에 매달렸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기술 경쟁력 확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중소기업이 R&D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K사의 사례처럼 현실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R&D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과 사내 핵심인재 부족,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살길은 기술개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CEO는 없다.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개발에 나서는 CEO도 많지만,이공계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인 연구소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이라 지명도가 낮은 데다 처우도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가능한 R&D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눈앞의 수익만을 염두에 둔 사업적 결정을 내리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변화로 인한 사업위기는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요구되는 기술의 사전분석과 적절하고 계획성이 겸비된 R&D 투자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 제조 기업을 방문하면 하나 같이 강조하는 말이 '모노츠쿠리 정신'이다.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는 것.'장인정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일본 기업들은 10년 불황기에도 다른 건 다 줄여도 연구개발 투자비만큼은 줄이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도 쇠퇴하지 않고 결국 되살아난 저력도 여기서 나온다.

'R&D를 통한 최고 품질의 추구는 제조회사의 생명선'이라고 했던 와타나베 가츠아키 도요타자동차 사장의 말을 우리기업도 곱씹어야 할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