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赫東 <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 atom@most.go.kr >

국내 많은 이공계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기업에서 조기 퇴직하는 고급 기술자와 유학생이 그들이다.

지금은 외국인이라도 모셔와야 하는 형편인데,우리의 두뇌가 외국으로 많이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우리 기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많은 수의 고급 엔지니어를 퇴직시키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개발,생산,영업의 최고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다. 아직 젊고 전문지식과 경험,네트워크도 훌륭하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소위 먹고 사는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들 고급 기술자는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며,기업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올려줄 수도 있어 기술 유출 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해외 유학생은 상황이 좀 다르다. 그들은 미국 명문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거나,국내에서 학위를 받고 외국에서 연수 중인 그룹이다. 요즘은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자리잡는 것이 큰 흐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교수 진급에 필요한 요구 논문 수준이 미국의 명문 대학보다 높은 반면,대학원생 수준과 연구 여건은 미국과 비교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자녀 교육으로 기러기 생활을 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후 한국에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으면 거물이 되어 귀국하길 희망한다.

국내의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고 서울의 아파트 값을 생각하면 끔찍해 삶의 질을 따지는 신세대는 귀국을 선뜻 결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소재 명문 대학의 이공계 학과에서 교수를 초빙해도 외국의 우수한 사람이 응모하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어차피 국내 이공계 인력은 많으니까,너희들 없어도 돌아간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연구개발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사람이나 그룹들 간 메달 경쟁 싸움이다. 연구자는 전문 분야에서 탁월성이 생명인 것이다.

지금까지 따라잡기(catch-up) 전략에서는 열심히만 해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 진입을 넘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재를 국내로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