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상이 만나면 화면에는 희망이 피어나요.

나에게 희망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아낙네에게서도 나오고,아이를 안고 웃는 어머니에게서도 발견됩니다.

희망 없이는 단 1초도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이 내 인생입니다."

최근 화랑과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추상화가 김훈씨(84)의 옹골찬 희망예찬이다.

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경운동 미술관가는길에서 김씨는 "나의 60년 화업은 결국 희망을 찾는 작업"이라며 "죽는 날까지 마지막 혼과 예술적 기질을 다 태워 일곱색깔의 희망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현대추상화가 1세대로 1950년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서 박수근 김환기 김흥수 임직순 문신 등과 활동했다.

"저작권 및 계약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화랑의 도움으로 내 작품이 '햇볕'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김씨는 2002년에 찾아 온 알츠하이머병에다 올 초 척추수술에도 불구하고 화필을 들어 후배 작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요즘도 성북구 정릉 자택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작업한다.

그렇게 작업실에 앉아 있어야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60년의 화력에 비해 작품 수는 적은 편이다.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은 470여점 정도.

1945년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1958년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의 한국현대미술전에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등과 함께 초대받았고,귀국 후 2002년에는 예술원 우수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02)738-919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