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계열 커피업체와 경쟁 밀려 … 롯데 등 인수 관심


외식업계가 쏟아지는 매물(賣物)로 요동치고 있다.

커피 전문점 2위 업체인 커피빈코리아마저 M&A(기업 합병·인수) 시장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썬앳푸드가 운영하는 스파게띠아를 비롯해 호면당,삐에뜨로,난시앙,홀리차오 등 매물 목록에 올라 있는 업체들을 손가락으로 다 꼽기 어려울 정도다.

과당 경쟁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터에 임대료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계상황에 이른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커피빈마저…쏟아지는 외식업체 매물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커피빈코리아는 미국 커피빈 본사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 및 100개 매장 운영에 관한 제반 권리를 매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실사작업까지 마쳤으나 (커피빈코리아의) 지분 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최종 계약단계에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커피빈코리아는 몇몇 개인들의 투자를 받아 2001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래 6월 현재 100개 매장에 연 매출이 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회사다.

전문가들은 커피빈이 M&A 시장에 나올 정도면 외식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커피빈코리아 사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코치(Coach)백 판권을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널에 판 것도 최근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하면서 자금난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빈코리아가 대기업 품에 안기면 커피시장은 '대기업 세상'이 된다.

1위인 스타벅스가 신세계 소속이고,SPC(파스쿠치),롯데(엔제리너스),한화(빈스 앤 베리즈)가 매출 상위 5위권 안에 포진해 있다.

스파게띠아의 경우 CJ,오리온 등이 인수를 검토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해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불스원은 삐에뜨로,난시앙의 매각을 위해 파라다이스호텔과 협상 중이다.

요거트 열풍의 주역인 레드망고도 한때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현금으론 좋다" 군침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운영 노하우 부족,빠르게 변하는 외식 트렌드 등 여러 요인에 임대료의 끝없는 상승이 결정타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역 대로변은 임대료가 평당 1억원에 달한다"며 "스타벅스 정도만 돼도 건물값을 올려준다는 평판이 있어 비교적 싸게 들어가지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들은 마케팅을 고려해 들어갔다가 적자만 보고 빠져나오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레드망고 강남역점의 경우 권리금만 13억원인데 세금 계산서도 못 끊는 권리금을 주고 어떤 기업이 인수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조차 비싼 임대료 탓에 출점을 포기할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사당역에 씨푸드레스토랑을 내려다 제너시스BBQ 등 경쟁사들이 뛰어들자 건물주가 월세 4000만원(보증금 4억원)짜리를 월세 8000만원으로 올려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매물로 나온 업체들은 대부분 CJ,롯데,오리온 등 대기업의 입질 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이 외식 산업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브랜드를 키우기보다는 이미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에 자금을 투입해 키우는 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식 업체만큼 현금흐름이 좋은 사업도 드물다고 보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기비용 부담만 극복하면 영업을 정상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