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와 최근 우회상장으로 주목을 끈 후발 여행주인 레드캡투어가 비상장 여행사를 사이에 두고 '밀월 관계'를 맺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비상장 자회사였던 오케이투어는 이달 8일 6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이 증자 물량은 모두 레드캡투어가 받아갔다. 이번 증자로 레드캡투어는 오케이투어 지분 40%를 확보하며 1대 주주로 올라섰다.

반면 종전 최대주주이던 하나투어는 지분율이 65%에서 39%로 내려가 2대 주주가 됐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양사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자회사 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만큼 자금이 부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굳이 후발 업체인 레드캡투어를 대상으로 증자한 후 최대주주 자리까지 물려주는 것은 다른 속뜻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케이투어 최대주주 자리를 포기함으로써 여행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데 따른 외부 견제를 피하고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의 한국 진출 등에 대비해 레드캡투어를 우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며 "오케이투어 입장에서도 하나투어 그늘에서 벗어날 경우 손해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레드캡투어 측으로선 도매여행 쪽 강점을 가진 오케이투어 인수를 통해 기존 법인 대상 여행사업에서 일반 패키지 여행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단숨에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레드캡투어는 오케이투어 인수로 외형상 3,4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최근 신한-국민연금 사모펀드 유치 등을 통해 350억원을 끌어들여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양사가 윈-윈 관계를 구축한 셈"이라며 "두 회사가 앞으로도 공동 보조를 취할 경우 업계 재편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며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