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 1차 분양 때 입주 기업으로 선정됐던 24개 기업 중 4개사(17%)가 올 들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분양 주체인 한국토지공사가 남북관계나 2차 분양 차질 등을 우려,관련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채 '쉬쉬'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4개 업체는 육일섬유공업사,지아이씨상사,제이슨상사,아이보리로 확인됐다.

대미 수출 및 자금 조달 애로가 계약 해지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혁의류제품 생산업체인 지아이씨 관계자는 "수출업체인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개성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확정되지 않아 수출 애로가 예상되는데다 공장 건설을 위한 초기 자금 마련에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내의류를 생산하는 육일섬유공업사도 공장 설계까지 끝냈으나 은행으로부터 자금 대출이 안돼 입주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류를 생산하는 아이보리도 베트남에 이미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업체는 이에 따라 '토지 리콜제'를 적용받아 올 1∼4월 계약을 포기했거나 계약을 자진 철회했다.

문제는 통일부와 토공이 해지분(2만6000평)을 슬며시 끼워 넣어 2차 부지(53만평)를 지난 5월 말부터 분양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통일부는 4개 업체의 협력사업 승인도 아직 취소하지 않았다.

양측이 그동안 개성공단의 성과만 주로 홍보했지 2차 분양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해지 사실을 애써 숨겨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공은 이에 대해 "당시 북핵 사태 등 개성공단의 특수성으로 인해 입주 예정 업체들로부터 투자 철회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통상 다른 국내 공단 분양에서도 해당 기업의 이미지 등을 감안해 기업 명단은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통일부 역시 "국내외 어느 공단이든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건 다반사"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개성공단 건도 정부가 일일이 발표할 사항은 아니고,해지된 부지도 당연히 다음 분양 때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김후진/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