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자국 석유 산업 발전을 위해 중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석유장관 등과 함께 일주일간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의 석유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전쟁으로 중단된 12억달러 규모의 석유 프로젝트 투자를 되살리는 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던 1997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이라크 알-아흐다브 유전을 공동 개발해 하루 9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로 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이라크는 최근 폭력과 절도 사태로 석유 생산량이 2003년 미국의 침공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라크는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부상하면서 중동과 수단 등 원유 생산국과의 관계 확대에 주력해온 중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은 현재 700만배럴에 달하는 하루 석유 소비량의 절반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최근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국가 간 양자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전될 것"이라며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교육과 보건 분야에 대한 협력 및 공직자 교육 등 다양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이라크는 외국 자본을 들여와 2015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지금의 세 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이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불안한 치안이다.

중국은 직원 안전보다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서구 기업보다 치안 문제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아프리카 석유 산업에 진출한 직원들의 납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국도 이라크의 제의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리궈푸 중동 전문가는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인 직원들이 이라크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부적절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이 내전 중인 수단과 석유 개발을 합작하기로 하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