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들이 걷는 지방세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서울시세로 전환한 뒤 자치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강남 서초 송파 중구 등 '부자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내년부터 주민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재산세의 40%를 시에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50%까지 떼어내 시세로 전환해야 하는데,이 경우 이들 4개구는 1000억원 안팎의 재정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 4개구는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남구는 지방세법 개정안의 법안심사소위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심의 중인 지방세법 개정안은 과잉금지원칙 등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할 경우 서초,송파,중구 등과 공동으로 헌재에 권한쟁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우원식 의원에 따르면 2010년이 돼 자치구 공동과세 비율이 50%까지 증가할 경우 강남구의 경우는 약 1317억원,서초구는 약 735억원이 재정이 감소하고 강북지역의 경우 △노원구 143억원 △강북구 96억원 △도봉구 95억원 등으로 재정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재산세 중 일부를 내놔야하는 부자구들의 출혈(?)에 비해 혜택을 받는 구의 재정완화 효과는 미흡하다는 게 부자구들의 주장이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올해 세입예산을 기준으로 자치구들의 재산세 가운데 50%를 서울시세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규모는 17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를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에 일정 금액씩 배분하더라도 재정자립도 상승률은 구별로 1~8%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결국 이 정책이 '강남'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부자 죽이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 주민이 연간 납부하는 국세가 지난해 기준으로 9조7000억원,시세가 1조 5000억원으로 여느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또 다시 구세를 빼앗아가려는 정부 방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울시를 비롯해 이 법안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법안의 취지는 지자체별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 결코 '강남 죽이기'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우원식 의원은 "이번에 통과된 재산세 공동과세 법안은 재산세 100%를 공동과세해야 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오히려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세수가 감소하는 구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재원감소액의 일정부분을 보전해 줄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2008년에는 재원감소액의 60%,2009년에 40%,2010년에 20%를 보전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