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관한 정부 측 대외비 보고서를 둘러싸고 조작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19일 "언론에 유포된 37쪽짜리 대운하 재검토 보고서는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면서 9쪽짜리 '진본 보고서'를 전격 공개한 데 대해 이 전 시장 측이 20일 "이 보고서마저도 변조 의혹이 있다"며 집중공세에 나섰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답변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거나,'진본 보고서'를 재변조했을 것이라면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고,이 장관은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보고서 유출 과정에 대해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이 전 시장 측,"건교 장관은 거짓말을 했거나 가짜보고서를 제출했다"=이 전 시장 측은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라는 제목의 9쪽짜리 '진본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가장 큰 근거로 이 장관의 국회 답변 내용을 들고 있다.

이 장관은 당시 37쪽 보고서에 대해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문건으로,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것 같다"면서 "TF로부터 보고받은 것은 9쪽이며,내용과 글자체부터 (37쪽 보고서와)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건교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37쪽 짜리 보고서의 중간에 있는 부분으로,(VIP 언급이 나오는) 앞쪽 일부와 마지막 부분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공식문서에서는 (VIP 대신) 대통령님이라고 쓴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진본보고서에는 대통령을 VIP라고 지칭한 앞쪽 내용이 그대로 포함돼 있으며,글자체도 겉표지를 제외하곤 두 보고서가 거의 같은 서체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캠프 대운하추진본부장인 박승환 의원은 "이 장관과 건교부가 보고서에 대해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거나,급하게 제3의 보고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청와대 '37쪽 보고서' 다른 해석=이용섭 장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갖고 "정부문서의 위변조는 있을 수 없고 상상도 안 된다"면서 "제출된 자료는 사실 그대로다.

위변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2의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그는 "37쪽 보고서와 우리 보고서는 제목,글씨체는 물론 사업비,수송시간,수질 등에 대한 분석 등에서도 다르다"며 "그래서 '우리 보고서와 다르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보고서는 내용이 거의 유사하고,수치가 일부 틀리지만 거의 같은 쪽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어느 한 쪽이 조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문제에 있어서조차 청와대의 음모라고 덮어씌움으로써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하는 것은 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호선 대변인 역시 "뿌리가 같은 보고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