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월이면 세계 반도체 업계의 눈은 한국으로 쏠린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용량은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에 맞춰 새로운 메모리반도체 기술과 제품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기존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을 대체하는 '황의 법칙'으로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왔다.

2002년 90나노 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40나노 32기가비트에 이르기까지 매년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신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특히 지난해에는 전기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도 저장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CTF(Charge Trap Flash)'라는 반도체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세계를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CTF'기술은 1971년부터 35년간 원조 반도체 기술이었던 인텔의 낸드플래시 제조기법을 뒤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CTF기술이 창조경영의 산물"이라고 극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도체 사업은 이처럼 "시장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창조경영의 전략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

◆제품이 아닌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6%,낸드플래시 점유율은 45%였다.

이 같은 점유율은 단순히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만 팔아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제품 공급자(Product Provider)'가 아닌 '토털 솔루션 공급자(Total Solution Provider)'이기 때문.D램과 낸드플래시를 개발·공급하는 것 외에 고객사의 필요에 적합한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예컨대 D램의 경우 범용 제품 외에 게임기,모바일기기 등에 특화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게임기용 그래픽 D램의 경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3차원 초고속 동영상을 구현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퓨전메모리'도 대표적인 고객지향형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에 로직회로를 결합한 1세대 퓨전반도체 '원낸드'에 이어 '낸드플래시+로직+CPU' 형태의 2세대 퓨전반도체도 개발했다.

지난 3월에는 3세대 퓨전반도체인 '플렉스 원낸드'도 내놨다.

◆차세대 기술도 선점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기술인 'P램'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P램은 D램과 플래시메모리의 장점을 고루 갖춘 제품으로,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으면서 데이터 처리속도는 플래시메모리의 30배나 빠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12메가 P램을 개발,내년부터 휴대폰 세트메이커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시스템LSI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IBM,독일 인피니언 등과 32나노 로직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또 현재 세계 1위에 올라있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이어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CMOS이미지센서(CIS),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도 1위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LCD패널-선도투자로 시장을 주도한다

삼성전자는 LCD패널 사업부문에서도 '창조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2004년 일본 소니와의 합작을 통해 세계 최초로 7세대 라인을 가동,40인치 LCD패널 시장을 연 것.경쟁사들이 7세대 투자를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신규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8월에도 50인치 이상 대형 LCD TV용 패널을 양산하는 8세대 라인을 본격 가동,또 다른 역사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TV용 패널 외의 신규시장 창출에도 나설 전망이다.

LCD패널이 대형화되면서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DID(정보 디스플레이)시장을 본격 공략키로 한 것.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40인치부터 82인치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하나로 꼽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시장 공략도 착착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A4용지 크기의 컬러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데 이어 보다 큰 사이즈의 제품 개발도 준비 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