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1.3%를 매각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론스타는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을 주간사로 정해 외환은행 지분 64.62% 가운데 11.3%(7309만주)를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분산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는 이날 외환은행 종가 1만4600원에서 5~1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11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 곳당 1% 이상 매입할 수 없도록 해 수십 곳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쪼개 파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은 53.32%로 떨어지지만 여전히 경영권은 보유하게 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외환은행 콜옵션 지분 매입을 위해 대출받은 자금을 갚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론스타는 지난해 5월 콜옵션 계약(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하면서 씨티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달러(약 7700억원)를 빌려 매달 45억원 정도의 이자를 지급해왔다.

론스타는 앞서 올초 외환은행 배당금 4200억원을 챙겼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이번 지분 매각대금과 배당금을 합쳐 1조4200억원을 회수하게 됐다.

론스타가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투입한 원금(1조3800억원)을 이미 모두 회수한 셈이다.

콜옵션 인수에 들어간 돈(7700억원)까지 감안하면 총 투자원금의 66%를 회수했다.

일각에선 이번 매각을 외환은행 분할 매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부분 매각 역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급,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지분을 순차적으로 블록세일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으로 한국시장 탈출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