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TV사업은 2004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2류 브랜드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 소니나 샤프,네덜란드 필립스 등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도 한참 떨어졌다.

하지만 2005년 삼성전자 TV는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LCD TV '보르도'라는 하나의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단숨에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보르도'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의 대표적 제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 캐시카우로 꼽히는 휴대폰사업은 최근 2년간 부진을 겪어왔다.

90년대 '애니콜 신화'를 통해 단기간에 글로벌 톱 메이커로 발돋움했지만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저력에 밀려 최근 수년간 3위에 그치고 있다.

이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차세대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삼성모바일 신화'를 꿈꾸고 있다.

◆'보르도'로 되살아난 TV

과거 TV메이커들의 경쟁은 기능에만 집중돼 왔었다.

얼마나 많은 화소를 표현할 수 있고 명암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좌우한다고 인식됐다.

때문에 기능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디자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TV는 딱딱해보이는 직사각형 모양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2005년에 내놓은 '보르도' LCD TV는 가히 획기적이었다.

보르도는 와인잔 모양에서 따온 디자인에 불필요한 패널의 외곽 테두리를 최소화시켰다.

패널 하단에는 은은한 푸른색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달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보르도의 인기는 놀라웠다.

'보르도' 출시 이전까지 2위권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은 샤프,소니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5.4%의 점유율로 2위였으나 지난 1분기에는 17.4% 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PDP TV와 프로젝션 TV 등을 합한 전체 시장에서도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보르도'의 인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디자인과 기능을 더욱 강화한 2007년형 보르도 LCD TV를 비롯 영화 감상에 최적인 PDP TV '깐느'를 출시해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CD TV의 경우 올해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해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자인과 함께 기능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풀HD급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보다 선명한 화질을 표현할 수 있는 LED백라이트 탑재형 대형 LCD TV도 최근 출시했다.

아울러 미래형 제품인 3차원 디스플레이도 조만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와이브로로 새로운 모바일신화 창출

그동안 삼성전자의 휴대폰 전략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었다.

저가 시장보다는 디지털기기의 컨버전스 추세에 맞춰 카메라폰,뮤직폰,모바일TV폰 등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세계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노키아에는 못미치지만 역대 최고의 판매 실적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고가 휴대폰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을 밑돌고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도 점차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함께 중가 시장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3세대 휴대폰 공급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신흥 중저가 시장에도 맞춤형 제품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다변화 전략과 함께 '와이브로'를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와이브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통신종주국인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와 협약을 맺고 미국 동부 5개 지역(워싱턴 볼티모어 보스턴 필라델피아 프로비던스)에 와이브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60여개 사업자와 와이브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