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만 남은 폐쇄된 지하 동굴.몸 하나 간신히 빠져나오기 힘든 이곳에 갇힌다면 어떤 기분일까.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하는 동료들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사람을 뜯어먹는 괴생물체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지만 관객들의 온몸을 감싸오는 공포감….

영국 닐 마샬 감독의 '디센트(The Descent)'는 '쏘우' '큐브' 등을 제작한 공포영화의 명가 라이온스 게이트의 신작이다.

'당신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아야할 것'(타임),'진정한 호러가 무엇인지 할리우드에 보여주고 있다'(더 선) 등 전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세턴 영화제 '최고 공포영화상' 등 세계 영화제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야기는 1년 전 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은 사라(쇼나 맥도널드)가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자) 등 여자 친구 5명과 동굴 탐험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동굴 입구가 막히면서 어둠 속에 완전히 고립된 그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출구를 찾아나서는데….

폐쇄 공포나 지하 동굴의 괴물 이야기만 듣고 '그냥 그런 공포영화려니'하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괴기스러운 음향 효과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러진 다리 밖으로 튀어나온 뼈조각이나 공포가 부른 실수 때문에 처절하게 죽어가는 동료 등 코끝에 피비린내가 느껴지도록 실감나는 장면이 많다.

특히 원한이 인간을 얼마나 무섭게 변하도록 만드는지 지켜보는 것은 섬뜩하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어쩌면 인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괴생물체 입장에서는 피를 뒤집어쓰고 잔인(?)하게 자신들을 죽이는 이 여자들이 공포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치정 살인'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가능할 것 같은 엔딩은 '숨이 막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한 평론가의 말처럼 충격적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못 벗어나 연약하기만 하던 사라가 후반부에 보여주는 분노의 눈빛도 무시무시하다.

'에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보다 더 강인한 매력을 보여주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 탐험팀의 리더 주노 역시 인상적이다.

7월5일 개봉.18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