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운용(한국운용) 펀드매니저들의 책상에는 주식시세를 볼 수 있는 단말기가 없다.

김범석 시장의 '엄명' 때문이다.

김 사장은 취임 초 펀드매니저들에게 발로 뛰며 종목을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주가 움직임을 보면서 주식을 매매하면 데이 트레이더(단타매매자)밖에 되지 못한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를 거친 관료 출신이다.

1980년 행시 24회에 합격한 후 재무부 외자정책과 은행과,재정경제원 금융제도과 은행구조조정특별대책반 등을 거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금감위에서 금융구조조정기획과장,은행구조조정팀장을 맡아 은행 구조조정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1999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 사장에 영입되면서 금융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동원투신운용 대표를 거쳐 한국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다.

변화무쌍한 금융계에서 8년째 CEO(최고경영자)를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민간부문에서 성공한 공무원'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펀드매니저들에게 요구했듯이 자신도 철저하게 현장 위주의 발로 뛰는 경영을 하고 있다.

펀드 투자는 반드시 현장을 몸소 둘러보고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근 사업 영역이 아시아권으로 확대되면서 그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그는 자신을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전문 상품기획가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 펀드인 '삼성그룹주 펀드'는 그의 머리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한국운용이 제2의 삼성그룹주 펀드로 기대하고 있는 '월스트리트펀드' 역시 김 사장이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