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東昌 <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인구 13억명,23개 성(省)당 평균 인구 5600만명,지난 28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9.7%,골드만삭스 예측 2050년 세계 1위 경제대국. 중국 산둥성이 인천 바로 넘어 45분 거리에 있고,수도 베이징이 1시간30분 거리다. 그곳에 가면 말만 우리와 다를 뿐 한자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우리와 비슷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비록 우리와는 정치 체제가 다른 사회주의를 지향하지만,실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부(富)를 중시하고 존중하는 시장 경제를 일구고 있다. 과거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에서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자유무역질서 체제 안으로 편입되는 계기를 맞았다.

선진 글로벌 은행들은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1990년 동유럽,1995년 중남미 개방시 이들 시장의 선점이 은행의 지속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나를 확인한 그들이다. 중국의 WTO 가입 직후인 2001년 HSBC가 상하이은행에 8%,6200만달러를 최초 투자한 이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외국 은행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씨티,항셍은행,BOA,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ING 등이 각각 적게는 1700만달러에서 30억달러까지 총 2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광대하다. 수많은 선진 글로벌 은행들이 그렇게 깃발을 꽂고 진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그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현재 2%에도 채 못 미친다. 아직도 중국 은행들이 시장의 98%를 점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중국에서의 경쟁 상대는 선진 글로벌 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현지 국유(國有),시 단위 상업은행들이라 할 수 있고 또 그만큼 우리에게는 승부를 겨뤄 볼 만한 여지가 크다 하겠다.

국내 은행들도 그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총 8개 은행이 19개 영업점과 4개 사무소를 개설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신한,하나은행 등이 현지 법인 개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영업을 중국 진출 한국 기업과 한국인에 국한하고 있었고 거대한 중국시장 쟁취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자연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한 경영 참여나 현지화는 외면한 셈이었다.

그 결과 뉴브리지캐피탈이 선전발전은행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경영하면서 이미 4배 이상 주식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일이나 씨티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광둥발전은행 지분 85%를 인수한 일 등은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선진 은행들에 비해 4~5년 늦어졌지만,중국 시장은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00여개 시 단위 상업은행들과 농촌상업은행들이 그들이다. '우리의 돈'보다 '우리의 금융상품과 서비스,위험관리 기법 및 선진 IT 시스템' 등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중국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를 때다. 현재 국내 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현지 법인은 5년 내 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 75%로 제한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고,현지 법인 지점을 늘리려면 지점당 최소 1억위안 이상 현지법인 증자를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현지 법인의 무리한 확장 전략보다는 현지 은행에 대한 지분 투자,경영 참여를 통해 중국의 현지 금융시스템 속으로 직접 들어가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씨티은행 뉴브리지캐피탈 등이 그러했듯이 경영권 확보도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아직 예대금리 규제로 상당 규모 예대 마진이 보장되고 있고,그 혜택은 현지 은행 속으로 들어갈 때만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

금융의 신대륙 중국. 2050년이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그들이 우리의 바로 곁에 있음은 우리에게는 커다란 복이다. 그러나 그 복을 진정 우리 것으로 만들고 향유할 것인지,아니면 서구 글로벌 은행들에 다 빼앗길 것인지는 지금 우리 금융회사들의 혜안과 신속한 결단에 달려 있다. 더 이상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