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다시 연초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노조의 '정치파업 선언'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더구나 '원고.엔저' 현상 속에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도 악전고투 중이다. 업계에서는 선.후발업체들의 공세로 샌드위치 신세에 빠진 현대차가 또다시 파업에 발목이 잡힐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되살아나는 불매운동의 악몽
현대차의 우려는 이미 실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는 노조의 '정치파업 선언'으로 3개월간 공들였던 계약이 파기된 사연이 올라왔다. '고객소리'란 필명을 가진 영업소의 한 조합원은 "렌터카 회사와의 150대짜리 계약이 파기됐다"며 "현대차 노조가 파업한다는 소식에 경쟁사와 계약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과급 파업의 후유증이 사라진 3월부터 시장점유율 50%를 겨우 회복했는데 다시 파업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면 연초보다 더욱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 크라이슬러 포드 등 수입차 업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잇따라 차값을 낮추고 중저가 차량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으로 민심을 잃는다면 이들 중저가 수입차들에 안방 시장마저 내줘야 하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외 신차 출시도 차질 우려
현대차는 오는 25~27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유럽형 준중형 해치백 차량인 i30 출시 행사를 갖고 곧바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신차 출시 행사가 노조가 추진 중인 파업 기간(25~28일)과 겹친다는 것. 한 관계자는 "울산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나 i30 생산과 선적에 이상이 생기면 유럽 공략 계획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의 상황도 심각하다. 현대차의 올해(1~5월) 미국 판매량은 18만6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86% 줄었다. 중국에서는 경쟁사들의 할인 공세로 지난 4월 현지 진출 이후 처음으로 판매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대차의 아성인 인도에서도 일본과 유럽 미국 메이커들이 잇따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안수웅 연구원은 "노조의 힘이 센 유럽 자동차업체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며 "노사협력 없이는 현대차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