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서 학원을 경영하는 A씨(47)는 이달 초 교보생명의 10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재산이 50억원이 넘는 A씨가 월 300만원에 가까운 종신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뭘까? 가장(家長)의 사망시 유가족에게 생활비(사망보험금)를 지급하는 종신보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A씨의 계약액은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종신보험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녀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A씨가 사망하면 10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자녀 앞으로 나오는데 이를 상속세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종신보험 각광

종신보험이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액 종신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

100억원의 재산을 상속하려면 배우자공제(최대 30억원) 일괄공제 금융재산공제 등을 제외한 실제 과표는 65억원가량.이 경우 상속세는 30억원 안팎이다.

상속 재산이 부동산이라면 자녀(상속인)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

처분함으로써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미리 30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해 놓으면 자녀는 상속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김창기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팀장은 "종신보험을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계약자(보험료를 내는 사람)와 수익자(보험금을 받는 사람)가 동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부모가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도 낼 경우 부모 사망시 자녀가 받는 사망보험금은 상속 재산으로 간주돼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연봉이 3600만원이라면 계약자와 수익자를 자녀로 하고 자신은 피보험자로 해서 월 300만원의 보험료(보험 가입 금액 10억원)를 내면 사망시 자녀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 없이 1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


◆생보사 가입 한도 상향 조정

이처럼 절세를 위한 거액 종신보험 수요가 늘어나자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의 가입 한도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한생명이 지난해 종신보험 가입 한도를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린 데 이어 알리안츠생명도 지난 4월부터 가입 한도를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4월 이후 10억원이 넘는 고액 종신보험 계약이 37건에 이르고 있다"며 "고액 계약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가입 한도가 30억원이다.

물론 30억원이 넘어도 본부의 특별 승인을 얻으면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0억원 이상 고액 계약이 작년보다 늘어나고 있다"며 "보장자산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절세 목적으로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교보생명은 종신보험 가입 한도가 20억원이지만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VIP종신보험'을 별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의 가입 금액 한도는 최저 10억원이며 50억원 이상 가입하는 고객도 더러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10억원 이상의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연령 건강상태 직업 재산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언더라이팅 여부를 결정한다.

예컨대 월 300만원씩 2~3년간 내다가 사망하면 회사는 일시에 1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10억원이 넘는 종신보험은 코리안리에 재(再)보험을 들어 위험을 분산시킨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