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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法 너무 잘 아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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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명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이번 대선에는 (유력 후보에) 법조인이 없어 법조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대선에는 (후보들이) 법조인 출신이어서 별 탈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법조인이 없다"는 그의 발언은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면 법리에 따른 매끄러운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개인적 기대를 얘기한 수준이지만 사정기관 총수가 특정 직역을 대통령의 자격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평을 들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한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답게 법리를 많이 따져 왔다.

    일각에서는 그가 법전에만 있고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던 조항들을 '현재화'시킨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실제 노 대통령은 2004년 국회로부터 탄핵당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 냈다.

    탄핵 심판은 위헌법률 심판,정당해산 심판,권한쟁의 심판,헌법소원 심판 등 헌재의 5개 기능 가운데 하나로 2004년 이전까지는 '이론'으로만 존재해 왔다.

    수많은 역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한 것도 노 대통령이다.

    그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해서 선관위 경고를 받는 등 벌써 네 차례 경고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이 선관위로부터 '옐로 카드'를 받기는 2004년이 처음이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는 덕분에 국민들 사이에서 '친숙한' 법조문이 되었다.

    노 대통령은 이제 헌법 소원을 내는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 소원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첫 판단이 마련되는 셈이지만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계나 학계 모두 부정적 의견이 우세해 보인다.

    법을 너무 잘 아는 대통령 덕분에 법 공부는 많이 하게 됐지만 정 검찰총장이 기대한 '법리에 따른 매끄러운 국정 운영'은 왠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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