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난립은 '원천봉쇄'

21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가맹 희망자가 낸 가맹금을 제3의 기관에 맡겼다가 가맹점이 문을 연 뒤 본사가 가져가도록 한 '가맹금 예치제'가 대표적인 조항이다.

본사의 재무구조와 인적 구성 등의 내용이 상세히 담긴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가맹 희망자에게 제공토록 하는 '정보공개서 등록제'도 프랜차이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직영점 하나 없이 가맹점 모집에만 의존하는 영세 업체나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업체들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일정한 기준이 충족되지 않은 신규 업체들은 등록 자체가 힘들 수 있어 자연스레 시장 진입 장벽이 생긴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가맹금 예치제가 시행되면 가맹금은 가맹점주가 정식으로 점포 문을 열고 난 뒤 예치기관이 가맹본부에 지급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자체 자금과 인력으로 가맹 희망자에게 점포 경영에 필요한 각종 교육 서비스를 일정 기간 제공해야 한다. 점포 규모별로 다르지만 대략 가맹점주가 본부와 계약을 맺고 가게를 물색,정식 개점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되는 만큼 가맹금에 의존하는 영세 업체는 당장 개점 절차 진행이 힘들어진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가맹금 예치제는 자금,조직,인력 등에서 열악한 영세 업체나 신생 업체들을 도태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서 등록제도 신생.신규 업체의 난립을 막는 조항이다. 재무구조나 인력,프랜차이즈 시스템 등에서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규 업체들의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이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신생 업체들은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야 할 시장경제 정신에 반해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진입 장벽이 쳐지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보공개서를 내더라도 제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공정위가 등록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단기간에 가맹점주들을 모집해 한탕 하고 튀는 '사이비 가맹본부'들을 가려내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등록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이병억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은 "영세한 업체들의 난립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자연적인 진입 장벽이 생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구역 보호를 위해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와 동일 업종을 동일 상권에 출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도 다(多)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본사들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동일 업종과 동일 상권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아직은 없어 상당수 본사들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열하 제너시스BBQ 상무는 "앞으로 시행령을 마련할 때 동일 상권과 동일 업종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을 하지 않으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 사업자들이 본사에 대항하는 단체를 임의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가맹 사업자 단체 결성 조항은 결국 빠졌다. 현행 헌법이나 법률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 단체에 휘둘릴 경우 본사나 가맹점주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 조항이 빠진 것은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