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액대출한도 '카드' 왜 또 꺼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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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1일 중소기업 지원용 총액대출한도를 죈 것은 시중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유동성 급증의 '주범'으로 지적돼 온 은행권의 중기 대출 '쏠림'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금통위 회의 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콜금리 목표치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이번 통화 긴축 조치가 나온 만큼 시장의 관심은 7월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에 이어 다시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한 것은 은행의 대출한도를 줄임으로써 긴축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조치다.
총액대출한도가 8조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줄어 들면 은행에 있던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한은으로 회수된다.
시중 통화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은으로서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임으로써 수지가 개선되는 부수적인 혜택도 기대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로 풀린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채권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 콜금리 목표치를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올린 후 계속 콜금리를 동결시켜 왔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탓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저울질하는 사이에 은행들은 중기 대출과 신용대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중 유동성이 가파르게 급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준율 인상과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 통화당국의 잇단 조치가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광의유동성(L)은 4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해왔다.
이번 총액대출한도 축소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총액한도대출이 은행의 전체 대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은행들의 중기대출 여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은이 전방위로 통화긴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은행권의 방만한 대출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부 담당자는 "올초 총액대출한도 축소 때 은행 내부 조달금리가 0.1~0.15% 정도 올랐다"며 "이 정도 수준의 금리상승으로는 중기 대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은이 재차 긴축의지를 밝혔다는 상징적인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은 하반기 콜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시점과 횟수에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총액대출 한도 축소 조치로 긴축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권전문가는 통화당국이 총액한도대출 축소 조치를 취한 후 콜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유동성 죄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도 "이번 총액대출한도 축소 결정은 콜금리 조정과는 관련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유동성 확대의 근본 원인(저금리)이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이번 조치로 콜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이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대출한도라는 긴축카드를 꺼내든 만큼 시중금리가 불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