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뜬금없이 지하철역 승강장에 방독면을 수십 개 넣어둔 캐비닛이 들어선 것을 본 적이 있다.

왜 설치하였을까?

지하철역에 불이 나면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승강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지하철을 기다리라는 뜻일까?

그런데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유독가스 때문에 사망했다"는 뉴스가 기억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에게 그 방독면 캐비닛은 마음을 다소 편하게 만들어준다.

화재가 나도 유독가스를 왠지 덜 마실 것 같은 안도감을 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강력한 메시지의 힘이다.

이것이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어떤 메시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힘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메시지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반면 다른 메시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왜 어떤 제품은 시장에서 먹히고 어떤 제품은 살아남지 못하는가? 왜 어떤 메시지에는 필이 꽂혀 마음의 벽을 허무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스틱(Stick)'(칩 히스 외 지음,안진환 외 옮김,웅진윙스)은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효과적인 메시지가 사람의 마음에 달라붙어 사회적 전염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효과적인 메시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 6개를 밝혀냈다.

이 특성들을 반드시 우리가 만드는 메시지에 붙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사람의 뇌리에 딱 꽂히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고 그 메시지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단순성.핵심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둘째는 의외성이다.

허를 찌르는 메시지,상식을 부숴버리는 메시지이다.

셋째는 구체성.개념이나 정의보다 분명하게 느끼고 볼 수 있는 메시지다.

넷째는 신뢰성이다.

하지만 믿어달란다고 믿어주는 인간은 없다.

타인의 믿음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해야 한다.

다섯째는 감성(emotion)이다.

느낌이 와야 하고,느껴져야 한다.

여섯째가 바로 스토리다.

다양한 상황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느낌이 있게 던질 때 메시지는 뇌리에 달라붙는다.

그렇다고 이런 스티커 메시지의 특성만 이해한다면 어떤 메시지든 사람의 뇌리에 착 달라붙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지식의 저주' 등 몇 가지 재미있는 인간행동 원리를 들어,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동시에 스티커 메시지 만들기가 가능한 의사소통 구조에 대해 알려준다.

급한 분들은 뒷부분에 있는 몇 가지 증상과 치료법이 자신에게 맞는지 먼저 시도해볼 만하다.

스티커 메시지가 효력을 발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378쪽,1만3800원.

황상민 연세대 교수 swh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