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약해도 '지독한 일벌레' … 중앙은행 독립ㆍ규제완화 주인공

블레어가 언론 플레이에 능한 타고난 정치가 스타일인데 반해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의 아들인 브라운은 '지독한 일벌레'에다 둔하고 완고한 스타일이라는 게 언론의 평가다.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블레어와 달리 브라운은 언제나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다.

그는 새벽 5시면 일어나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블레어와 달리 카리스마는 없지만 노동당원의 신뢰는 절대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브라운은 영국 총리가 되기 위해 13년을 기다려 왔다.

1994년 존 스미스 당시 노동당 당수가 심장마비로 급사했을 때 공석인 당수 자리를 놓고 브라운과 블레어는 런던의 이탈리아 음식점인 '그라니타'에서 만나 모종의 합의을 한다.

브라운은 당권 경쟁을 포기하고 재무장관직에 오르는 대신 블레어는 2기 동안 집권한 후 당권과 총리직을 브라운에 이양하기로 약속했던 것.하지만 블레어가 2005년 3선에 성공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노동당 내부에서는 점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결국 블레어는 국민에게 무능한 총리로 이미지를 완전히 구긴 뒤에야 사퇴를 발표했고,브라운은 그라니타 회동 후 13년 만에 총리직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라운은 영국의 경제 붐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독립시키고 각종 규제를 철폐해 런던을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로 키웠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헤지펀드의 21%가 런던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세계 유동 자금의 30%가 영국을 거쳐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국 사람들은 브라운에 대해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브라운 역시 자신의 자서전 제목을 '용기(Courage)'라고 붙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용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정치인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친다.

브라운이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케네디 의원이야말로 관료적 자유주의를 타파한 '최초의 근대적 정치 지도자'라는 게 브라운의 평가다.

1968년 미 대선 후보로 나서,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약한 케네디 의원의 용기에 브라운은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자서전에서 적고 있다.

그의 삶에도 비극이 많았다.

브라운은 2001년 딸 제니퍼 제인을 10일 만에 뇌출혈로 잃었고,아들 프레이저는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

본인도 고교 시절 럭비를 하다 왼쪽 눈의 시력을 잃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