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의 수의를 마련해야 하는 게 장애인 가족들의 현실입니다.

수술실에서 내가 깨어나지 못하면 우리 아이는 누가 돌봐주나,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아이에 대한 걱정밖에 안 들었어요."

지난 21일 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부모 후원회' 창립대회장.장애인과 장애인 부모들의 절박한 삶을 보여주는 화면이 소개되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이 모임은 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치인과 기업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 중에는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도 섞여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규항 계요의료재단 이사장 등 세 명이 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나경원 공동대표는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가시 돋친 성명을 발표하는 정치인의 모습과는 달리 이날 숙연한 분위기로 "내 아이가 장애아가 아니었으면 약자들의 아픔을 깨닫지 못하고 밝고 좋은 것만 추구하며 살았을 텐데,아이가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 부모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고,장애인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영 장애인부모회 회장은 "한국의 복지 수준은 과거보다 향상됐지만 아직은 복지 후진국"이라며 "장애인 가족 지원사업과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후견인제 도입 등을 위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모임에 참석한 한 장애인 부모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소망한다"며 유일한 소망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회 발기인으로는 이승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와 김성일 택스홈앤아웃 대표세무사,심상돈 스타키코리아 대표(총무),고광열 보령제약 상무,김갑웅 갑진산업 대표,김동엽 성오CMD 대표,권오휴 AC닐슨코리아 사장,박무익 한국갤럽 대표,박풍원 한국섬유협회 회장,백보현 대성회계법인 대표회계사,이결 샘표식품 감사,이명희 참공간디자인연구소장,이종육 보성스텐레스 대표,한영희 동진에너지 회장,이기수 고려대 교수 등 40여명이 참여했다.

노익상 공동대표는 발기인들을 소개하고 장애인 부모 후원회를 위해 1억2000만원을 기부키로 약정했다.

이규항 공동대표와 심상돈 총무도 각각 1억2000만원과 1억8000만원씩의 기부금을 약속했다.

이날 모임에서 사회자는 "나는 절대로 흑인이 될 수 없고,여자도 될 수 없지만 오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는 있다"고 말한 미국의 어느 칼럼니스트 말을 인용하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행사는 장애 학생들의 공연에 이어 '장애인 가족 지원사업 제도화'와 '장애인 성년 후견인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 대정부 건의문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