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감독당국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시다발적인 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 대출 급증에 따른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자동화기기(ATM·CD) 이용료를 비롯한 수수료 담합 의혹을 캐고 있다.

감사원은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에 관련 대출 자료를 요청했다.

한국은행이 금감원과 함께 중기대출 실태조사를 벌이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은 4곳의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은행업계는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핵심 역량 강화가 시급한데,관련 당국의 잇따른 조사로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수료 담합·중기 대출 조사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모든 시중은행으로부터 자동화기기 수수료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담합 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은행 수수료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해오다 올 들어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과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잇따라 비슷한 폭으로 내리자 인하폭을 담합했는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3월부터 4월 사이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은 인터넷 뱅킹과 텔레뱅킹 수수료를 대부분 500원으로 인하했고 국민·신한·우리은행은 타행 ATM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 내는 수수료를 1000∼1200원 수준에서 똑같이 600원으로 떨어뜨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쟁사의 수수료 인하폭 등을 감안해 내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수수료가 엇비슷해졌을 뿐 사전 담합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규하 공정위 서비스 카르텔팀장은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항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감사원의 자료 요청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감사원은 최근 중기 대출액이 많은 국민·신한은행 등 5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중기 대출 실태 자료를 요청했다.

중소기업에 대출 보증을 서는 신용보증기금이 해당 기업의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등을 철저히 했는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은행 자료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과 한은은 13일부터 2주간 중기 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 등을 합동 점검하고 있다.

◆은행들,중복 조사에 반발

4개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조사를 받고 있는 은행들은 '피감(被監) 피로'를 호소하며 관련 기관 간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조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수료나 중기 대출 모두 금융감독원을 통해 감독을 받고 있는데 구태여 공정위까지 나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5월 은행장들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 수수료에 대한 중복 조사 문제를 금감위에서 적극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적어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 여러 곳에서 조사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