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32년 만에 베트남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응웬 밍 찌엣 주석의 미국에 대한 '경제구애'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응웬 주석은 21일자 워싱턴포스트의 전면광고를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

'친애하는 미국 친구들에게'로 시작되는 공개 편지에서 응웬 주석은 베트남과 미국 간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동반자로서 우호 증진을 역설했다.

한 나라의 정상이 방문국 국민에게 신문광고를 통해 친선 및 우호의 편지를 보낸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응웬 주석은 편지에서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는 미국의 탄생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자이자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1787년 버지니아 농장에서 쓸 볍씨를 베트남에서 얻으려고 시도했던 역사를 소개했다.

이어 "양국 관계는 부침을 겪었고 슬픈 과거가 있었지만 오늘날 양국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기 위해 열심히 협력하고 있다"며 "베트남에 미국은 항상 주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며 미국과의 다각적인 협력에 대한 베트남의 약속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역동성과 창조성,개방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두 나라 간 우정과 협력이 영원히 성장해 가길 바란다"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한때 총부리를 맞댔던 두 나라의 관계를 감안하면 경제실리 앞에선 영원한 적도,친구도 없다는 점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응웬 주석은 이날 미 상공회의소 오찬 연설에서 "전쟁 얘기는 이제 구태의연한 것"이라며 "베트남과 미국은 이제 친구"라고 규정했다.

응웬 주석은 지난 20일 뉴욕에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가진 회견에서는 "평등한 무역상대국으로서 베트남 제품들이 미국에 더 잘 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양국 간 무역 증대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베트남 상품 판매를 위해서도 선봉에 선 셈이다.

응웬 주석은 22일 백악관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정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