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물이 1800억원어치나 쏟아지며 23.26포인트(1.30%) 급락했다.

전일에는 반대로 프로그램 매수 덕분에 지수가 오르는 '깜짝 상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틀간 지수 고점과 저점 폭이 30~40포인트에 달하는 등 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 고점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꺼리면서 프로그램에 휘둘리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 급락을 이끈 건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였다.

외국인은 주가지수선물 시장에서 6946계약을 순매도했다.

지난 8일 9672계약 순매도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는 시장 베이시스 악화→프로그램 매물 출회→코스피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수하고 개인도 1400억원 이상 사들였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차익 프로그램 매물은 1806억원에 달했다.

선물과 연계된 차익 거래는 현·선물 가격차인 시장 베이시스에 따라 움직인다.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산 후 시장 베이시스가 좁혀지면 이를 이용해 청산(차익 실현·현물매도 선물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21일엔 외국인 대규모 선물 매수 덕을 봤다.

외국인은 5743계약을 순매수했으며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가 4570억원어치 유입되면서 지수가 올랐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엇갈린 선물 매매 패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현물 시장이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각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수차익 거래 잔액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차익 거래가 이뤄질 수 있어 외국인 선물 거래 패턴에 따라 현물 시장이 좌우되는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무게 중심은 추가 조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찍고 난 후 시장 분위기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정부의 유동성 축소 방침이나 신용융자거래 규제 등도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다음 달 2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들어가는데 실적이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실적으로 주가가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도 한결 둔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심상범 수석연구위원은 "기술적으로는 다음주 초까지 조정을 보이면서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며 "이후 조정 쪽으로 기울어지면 조정폭은 커지고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조정이 진행된다면 20일선이 위치한 1730선을 주요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증시의 흐름과 유가 동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20일선을 깨는 조정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팔고 저점에서 다시 사는 전략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석 파트장은 "신용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은 수급으로 주가가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줄여야 한다"며 "1750선 근처에서는 조선 기계 철강 등 기존 주도주 군이나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