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어제 천영우 한국 측 대표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방북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핵폐쇄에 대한 의지와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협력관계가 새로운 국면(局面)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순탄하게 풀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에서 북·미 간 2·13합의 초기조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실마리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할 뿐이며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북한이 핵시설 폐쇄 의무 이행과정에서 또다시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북핵문제는 결코 안이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이 마치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가급적 빠른 시기에 북한에 쌀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내주 초 이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다소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설령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으로 핵시설 폐쇄 의지를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이나 2·13합의 이행조치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신중(愼重)히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남북 간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남북 간의 현안은 북한이 핵시설 폐쇄 등 2·13합의에 따른 이행조치를 얼마나 성실히 실천하느냐를 보아가면서 대응해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