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이틀 사이에 외환은행 일부 지분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 대부분 한국 내 자산을 줄줄이 처분한 것은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대한 법원 판결에 앞서 한국에서 철수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최근 법원의 판결 이전이라도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악화된 국민정서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한국 내 영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 사업을 접는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론스타,한국에서 8조원 수익

론스타는 1998년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경쟁입찰 참여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왕성한 투자 활동을 펼쳐왔다.

극동건설 외환은행 스타리스 등 기업들을 인수하고 동양증권 여의도사옥과 역삼동 아이타워(스타타워) 등 부동산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2001년 현대산업개발에서 스타타워빌딩을 6332억원에 매입하고 이를 2004년 12월 약 9300억원에 매각해 29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

2003년 1700억원에 인수한 극동건설(지분 98%)에서는 유상감자 배당 등을 통해 이미 원금을 웃도는 2200억원을 회수한 데 이어 이날 6600억원에 매각,7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

2002년 1500억원에 인수한 스타리스도 2배 이상의 가격에 되팔았다.

론스타의 최고 대박종목은 2003년 인수한 '외환은행'이다.

지금껏 총 2조1548억원을 투자,지분 일부 매각 및 배당 등을 통해 이미 74%를 회수했다.

남은 51% 지분을 매각할 경우 4조~5조원을 거둬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께 대거 사들인 금융사 부실채권도 대부분 회수해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 51%까지 매각할 경우 론스타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의반 타의반' 철수 가능성

사정당국과 국민들의 뇌리에 '먹튀 자본'으로 각인된 론스타가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는 더 이상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2005년 이후엔 사실상 론스타의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며 "론스타가 한국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둔 가운데 금융 감독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정밀 심사에 착수한 점도 론스타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해 동일인(본인과 특수관계인)과 이들에 대한 지분 현황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심사 결과 론스타가 비적격 대주주로 판정될 경우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10%를 넘는 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먹튀' 논란 계속될 듯

론스타가 한국 철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는 해외 자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켜 향후 외국인의 한국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자료를 통해 "외환은행 지분 일부 매각은 대출금 상환이 목적이었다"며 "남은 외환은행 지분 51.02%는 계속 보유하면서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일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성명을 통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피의자가 불법 취득한 장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검찰이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금감위는 이미 감사원이 권유한 바 있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직권취소를 지금이라도 당장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