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하나은행과 농협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소수 지분 매각에 참여했다.

두 곳 모두 1%도 안 되는 지분을 인수한 데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외환은행 본격 인수전을 앞두고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는 22일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 330만주(0.51%)를 45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 차원에서 이번 블록세일에 참여했다"면서도 "앞으로 경영권 인수전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협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자 외환은행을 적극 인수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농협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시중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외환 및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이날 "포트폴리오 투자 차원에서 1% 미만의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외환은행 인수 문제와는 관련이 없으며 단순한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번 소수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LG카드 인수에 실패하고 은행권 대출 경쟁에 밀리면서 경쟁사들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아져 앞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큰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은행이 자산을 117조원으로 늘리며 하나은행(126조원)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과 최근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파기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이번 블록세일에 참여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영권이 없는 지분투자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소수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하나금융이나 농협과 달리 외환은행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하나금융과 농협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어 소수 지분을 매입할 유인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