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ㆍ라면 등 또 가격 올릴듯

애그플레이션은 국내 식품업체와 축산농가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밀가루 라면 과자류 등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축산농가들은 소와 닭 등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값 급등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밀가루 라면 초코파이 등 식품가격 줄줄이 인상

CJ는 지난해 12월 밀가루값을 7% 인상했다.

대상은 3월 옥수수 전분(녹말) 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CJ 관계자는 "소맥(밀)과 옥수수 등 곡물 국제시세가 지난해 10% 이상 오른 데 이어 최근 한 달 동안에도 10∼15% 상승했다"며 "해상운송비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기 때문에 밀가루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곡물 가공업체들은 가격 인상 후에도 원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CJ 등 1차 가공업체로부터 밀가루와 전분 등을 구매해 식제품을 만드는 2차 가공업체들도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농심은 3월 라면값을 종류별로 50∼100원 인상했고,새우깡 가격을 6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리는 등 20가지 제품값을 15∼20% 인상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도 초코파이 한 상자 가격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16.6% 올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설탕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 10% 이상 상승했고 특히 유지(팜유,대두유 등)는 지난해보다 40%나 뛰었다"며 "1차 가공업체들이 하반기에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원재료 구매액을 지난해보다 9% 증가한 700억원으로 책정한 예산 계획을 마련했다.

제과업체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도 고통을 겪고 있다.

서춘택 해태제과 구매팀 파트장은 "아이스크림 재료인 분유 버터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이 올 들어 두 배 이상 올랐다"며 "곡물을 먹이는 가축의 사육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축산농가 폐업 위기에 몰려

사료값 급등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사료협회에 따르면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수입 가격은 최근 3개월 선적물 기준으로 5월31일 현재 t당 247.17달러를 기록,4월 평균 가격 225.11달러에 비해 22.06달러,약 10%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8.78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98.39달러나 상승했다.

미국산 옥수수값은 7∼8월 중 현지 기상악화가 예상되면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20% 정도 가격을 올린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은 7월 중 사료값을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2006년도 축산물 생산비 통계에 따르면 한우 한 마리당 사료값은 230만원에 달해 전체 생산비의 55%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싼 가격에 들어오는 현실에서 축산농가들은 고기값을 올릴 수 없는 현실이다.

낙농업자들도 우유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우유값은 정부와 기업,낙농가와 소비자단체 등이 함께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돼지와 닭 등을 키우는 모든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상당수 농민들이 경영난으로 축산업을 계속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들의 위기에 농림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묘안이 없다.

농림부 관계자는 "축산 농민들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세 인하와 원료 구입자금 저리 융자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